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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혁신 기업의 딜레마

좋은 경영의 실패

 

8,90년대에 유행했던 경영 서적들이 있습니다.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In Search of Excellence)을 찾아서, 짐 콜린스의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 (Build to last) 같은 책이죠 주로 기업의 문화와 장기적 비전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기업을 봐야하는 이유를 설명하죠. 단기적 이윤을 바라다가 망한 기업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요. 

 

당시 미국은 일본 기업의 대대적 공습을 받던 중이었기에, 미국 기업의 장점을 강조한 이 책들은 환영 받았습니다. 잊혀졌던 자부심을 되살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의문을 갖습니다. 

 

“저 이론들은 정말 맞는 걸까? 왜 기업문화도 탁월하고 자원도 풍족했던 기업들은 망했을까? 그들은 관료주의도 아니었고, 근시안적이지도 않았는데”

 

기존 이론이 틀렸거나, 설명을 못하는 부분이 있었던 거죠.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테스트 해봅니다. 

 

그 결과물을 정리한 내용이 “파괴적 혁신”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왜 건전하고 문화를 갖고, 장기적인 비전까지 있는 회사들이 몰락했는지 잘 설명해 줍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학교에서 마이클 포터의 5포스 이론으로 기업을 분석하고 있었는데, 5포스 이론으로는 충분히 좋았던 기업인데 

망한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5포스 이론은 기업을 5분야(신규 진입의 위협, 공급자의 협상력, 구매자의 협상력, 대체재, 기존 사업자)로 나눠서 분석합니다. 

 

분명 시장 점유율도 높고, 구매자의 협상력도 강한 회사인데 추락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과거 소니는 CD 시장에서 1등이었지만,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는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합니다.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혁신을 만든 건 애플이었죠. 음악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애플은 완벽하게 부활을 하죠. 애플도 같은 실수를 하는데요. 음악 시장에서 혁신을 만든 기업은 ‘스포디파이’ 같은 회사지 애플이 아니었습니다. 애플은 아이튠즈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죠. (WWDC 2019 발표)

 

왜 탁월한 기업들이 특별한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망하는 걸까요?

 

“파괴적 혁신”이론은 이 모든 걸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선도적 기업들이 실패한 까닭은 좋은 경영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고객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더 나은 수익을 약속하는 혁신에 투자했기에 망했다는 거죠. 

 

??? 

 

기존의 상식과 너무도 다른 내용입니다. 고객의 소리를 무시하고, 이윤이 거의 나지 않는 후진 제품에 투자하고, 좁은 시장을 공략하는 게 나은 때가 있다는 겁니다. 좋은 경영의 원칙이 항상 좋은 경영은 아니란 이야기죠. 

 

존속적 기술 vs 파괴적 기술

 

크리스텐슨 교수는 상식이 맞지 않는 이유를 "존속적 기술"과 "파괴적 기술"로 설명합니다. 선두 기업들은 존속적 기술에 투자할 수 밖에 없기에,  파괴적 기술을 무시하게 되고 결국은 파괴적 기술에 잡아 먹히게 됩니다. 

 

존속적 기술은 기존의 제품을 더 낫게 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자동차를 더 빠르게 한다거나, 노트북을 더 가볍게 합니다. 기존의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데 중점을 두죠. 변화도 급진적이지 않고 점진적입니다. 갤럭시5, 갤럭시6, 갤럭시7 같은 제품들이 존속적 기술의 예죠. 존속적 기술이 차지하는 시장은 거대합니다. 

 

파괴적 기술은 아주 가끔 나오는 기술인데요. 과거 기술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기존 제품들보다 가격이 비싸거나, 성능이 떨어지지만 다른 가치를 줍니다. 트랜지스터가 진공관에 비해서 파괴적 기술이었고, 혼다의 소형오토바이도 파괴적 기술이었죠. 파괴적 기술은 소수의 고객만 만족시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파괴적 기술은 개선되어 존속적 기술을 압도하게 됩니다. 

 

좀 더 쉽게 설명을 하기 위해 운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 수영선수가 자신의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0.1초를 줄이기 위해 자세부터 시작해 모든 걸 단련하죠. 수영선수가 노력 끝에 자신의 기록을 0.2초 줄이고 경기장에 갔는데, 종목이 잠수로 바뀐 걸 알게 됩니다. 이런 게 파괴적 기술이죠. 

 

 

이 책은 파괴적 혁신 이론을 디스크 드라이브 산업을 통해서 설명합니다. 유전학자들은 수명이 긴 인간보다는, 짧은 초파리를 연구하길 선호합니다. 짧은 주기동안 여러번 실험하고 관찰할 수 있으니까요. 디스크 드라이브 산업에 있는 기업들의 수명은 초파리처럼 짧았습니다. 

 

반복되는 패턴

 

14인치 드라이브를 생산하던 기업들은 기술 투자에 열심이었습니다. 매년 14퍼센트씩 용량이 늘어났죠. 하지만 8인치 드라이브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기존 고객들이 8인치 드라이브를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틈을 타 8인치 드라이브 업체들은 성장했고, 14인치 드라이브 업체들은 사라집니다. 8인치 드라이브 업체들은 과거 14인치 드라이브 업체들처럼 행동합니다. 용량, 성능만 신경쓰고 5.25인치 드라이브를 무시합니다. 결국 8인치 드라이브 업체들은 다 망하고, 5.25인치 드라이브 업체들만 남습니다. 

 

이번에도 패턴이 반복됩니다. 3.5인치 드라이브가 나와도, 5인치 드라이브 업체들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3.5인치 드라이브 시장을 차지한 건 이번에도 새로운 기업들이었습니다. 기존 기업들은 2년이 지난 후에야 3.5인치 드라이브를 생산하기 시작했죠. 시게이트의 경우 3.5인치 드라이브를 생산하자는 의견은 마케팅팀과 경영진의 반대에 묻히고 맙니다. 

 

기존 기업이 파괴적 기술에 먹히는 까닭

 

회사마다 어디에 자원을 투자 하는 지가 다릅니다.  1988년 메인프레임을 주로 구매하던 고객들은 용량 1메가당 1.65달러를 더 지불할 용의가 있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휴대용 컴퓨터를 구매하던 이들은 1인치가 줄어들 때마다 더 많이 지불하려고 했죠. 

 

이처럼 다른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다른 가치 구조를 갖게 됩니다.  거대 컴퓨터(메인 프레임)을 만드는 회사는 용량, 속도, 안정성을 중시하게 되고,  노트북 업체는 휴대성, 견고함 (떨어뜨려도 문제없음), 가볍고 오래가는 배터리 등을 중시하게 됩니다. 직원들 교육, 회사의 조직 문화도 이에 적합하게 변합니다. 

 

기존 기업이 망하는 건, 역량의 차이 때문이 아닙니다. 과거엔 성공을 가져왔던 방식이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죠.

 

혁신 기업의 딜레마

 

파괴적 혁신 이론에서 가장 아이러리한 건, 파괴적 기업이 존속적 기업이 된다는 거죠.

 

기업이 시장을 개척해서 성공하고 나면 그 기업은 업계의 선두주자가 됩니다. 고객이 생기고, 그들로부터 수입을 창출합니다. 수입을 바탕으로 기업은 점점 더 시장을 확대합니다.  기업은 승리를 가져다 준 방식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어느날 깨달았을 때는 강력한 경쟁자가 생겨나 있습니다. 뒤늦게 조치를 취하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출판 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유효한 이론이라 생각합니다. 

 

교보문고는 온라인 서점을 만들기에 유리한 위치였지만, 온라인 서점 시장을 주도한건 알라딘이나 yes24였죠. 

알라딘과 yes24는 전자책 시장을 차지하기에 좋은 위치였지만, 정작 전자책 시장을 흔든 건 리디북스였습니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업에서 나오기 어렵다는 정말 진리입니다. 

 

구글에서 직원들에게 20%룰을 만든 이유기도 하죠. 구글은 20% 시간동안 직원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하는데요. 파괴적 기술이 될만한 것들을 시험하고, 구글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죠. 구글이 아직까지도 혁신적인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존속적 기업이 파괴적 혁신에 대비하려면 조직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적은 이윤으로도 만족할 수 있게, 새 조직을 만들기를 권합니다. 기존 조직 입장에서 새 조직은 돈만 쓰는 하마니까요. 

 

이런 일을 잘한 게 네이버였죠. 네이버는 모바일 시대의 변화에 맞춰 라인, 캠프 모바일을 따로 만들었고 라인, 도돌런처, 스노우 등을 성공적으로 출시했죠. 

(클로바도 잘 되려면 분사 했어야… 캠프 모바일은 다시 합병 했더군요 ㅎㅎㅎ )

 

책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인수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의 파괴적 기업을 사버리는 거죠. 이를 특출나게 잘하는 게 페이스북인데요. 페이스북은 잠재적 경쟁자를 다 샀습니다. 

 

끝으로 파괴적 혁신 이론의 기반이 되는 원칙 5개를 적고 끝내겠습니다.

 

원칙 1 - 기업은 자원을 얻기 위해 고객과 투자자에 의존한다

원칙 2 - 소규모 시장은 대기업의 성장 욕구를 해결하지 못한다. 

원칙 3 - 존재하지 않는 기업은 분석이 불가능하다.

원칙 4 - 조직의 능력이 조직의 무능력을 규정한다.

원칙 5 - 기술 공급은 시장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