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산업을 다룬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 애슐리 반스는 이번에도 깊이 있는 서적을 써냈다. 우주산업의 현 발전 상황과 기업가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은 크게 4곳의 기업과 1곳의 연구소를 다룬다. 처음에 다뤄지는 곳은 나사의 에임스 연구소이다. 이곳은 피트 워든이 부임하면서 전통적인 나사 방식과 결별하며 새로운 우주 탐사 방식을 촉진했다. 나사는 관료적인 집단으로 변한지 오래였는데, 피트 워든은 20대의 젊은 인물들을 대거 연구소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빠르고 저비용의 위성 발사, 구글등 외부 사기업과의 연계, 싱귤러리티 대학 설립 등 해내었고 에임스 연구소를 에너지 넘치고 개방적인 곳으로 바꾸는데 잠시나마 성공했다.
피트 워든은 우연히 술집에서 항공우주학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젊은이들을 다수 마주한다. 그 중 하나가 월 마셜과 크리스 보슈하우젠, 로비 싱글러이다. 셋은 훗날 피트 워든에 의해 에임스 연구소에 영입되고 플래닛 랩스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다.
플래닛 랩스는 작은 위성을 수백개 운영하며, 위성 사진을 과거에 비해 저가로 공급하는 회사이다. 플래닛 랩스는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전세계 곳곳을 볼 수 있게 했다. 이 회사는 처음에 에임스 연구소에서 파일럿 연구로 시작한 프로젝트 덕에 생겨났다. 아주 작은 로켓에 스마트폰을 넣고 지구 궤도상에 올린 뒤 사진을 받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월 마셜을 비롯한 이들은 스마트폰의 높은 발전 정도를 깨닫게 되었고, 이를 사업화 한다.
월 마셜은 상당히 독특한 인물인데 이상주의자적 면모가 있다. 월 마셜은 15명 정도 살 수 있는 집을 빌린 뒤, 우주 항공 산업과 관련 있는 사람들과 같이 살았다. 매일밤 우주나 기타 문제에 대한 토론을 했고, 서로의 견해를 나누었다고 한다. 일종의 발전 공동체인 셈이다. 나사에서 일하는 몇 년동안 이 모임을 지속했다고 한다.
또 월 마셜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스프레드 시트로 작성한 뒤 가장 점수가 높은 것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크리스 보슈하우젠, 로비 싱글러도 상당히 뛰어난 인물들인데 월 마셜이 워낙 특이해 그에 대해서만 따로 적는다. 이 셋 다 우주 공학의 전공자거나 박사급이다.
두번째로 다뤄지는 인물은 피터 백이다. 실용적인 공학 지식으로 꽉 차있고 독학으로 로켓 공학을 배운 인물이다. 우주 산업이 아예 없는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로켓 회사를 세웠고, 관련 대학을 나오지도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실리콘밸리의 회사들 이상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피터백은 어려서부터 직접 손으로 만드는 데 흥미를 느꼈고, 우주 산업에 관심이 있었다. 스무살 즈음에는 자전거를 개조하였는데, 자전거에 로켓 엔진을 추가한 로켓 자전거였다. 이 자전거는 150km 이상으로 달리는 데 성공했고 피터백은 별다른 안전장비도 없고, 브레이크도 약했는데 무사히 자전거를 운전했다.
피터백은 여러 공학 회사를 다녔고, 보트를 만드는 연구소, 식기 세척기 등을 만드는 회사 등에 있었다. 피터백은 퇴근 후 차고에서 실험을 하며 로켓을 만드는 걸 꿈꾸었다. 그러다 회사를 1달 쉬고 미국 여행을 하며 전통적인 우주 산업 회사인 나사, 보잉 등을 방문한다. 피터백은 평소 꿈꾸던 곳에 도착했지만 미국 회사들은 매우 보수적이고 피터백도 환영받지 못했다. 피터백은 한편으로는 실망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충분히 미국 회사들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피터백은 뉴질랜드로 돌아오자 로켓랩을 창업한다.
로켓랩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인 점은 인구수가 500만인 뉴질랜드에서 창업을 했고, 초기 직원이 겨우 3명, 6명일 시절에도 어찌어찌 로켓을 쏘아 올리고 그 다음에 일감을 받거나, 투자를 받아서 이어 나갔다는 점이다. 피터백은 처음 회사를 시작할때 뉴질랜드 백만장자에게서 3억원 가량을 투자받고 지분의 50%를 주는 미숙함을 보이기도 했다.
로켓랩은 느리지만 계속해서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한다. 로켓랩은 뉴질랜드 회사다 보니 다른 협력 업체도 없고, 방법도 모르기에 알아서 부품을 조달했다. 미국의 업체였다면 사다 썼을 부품을 직접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오래걸려도 비용은 적게 들었고 내부적으로 노하우가 축적되었다. 이 점은 스페이스X와 꽤 유사하다고 느꼈다. 피터백은 초기 직원이 떠나거나, 초기 투자자가 떠나는 등 어려움을 겪지만 현재는 자리를 잡은 상태다. 2023년까지 47건의 발사 중에 43건을 성공했다.
세번째로 다뤄지는 인물은 크리스 켐프와 아스트라이다. 아스트라는 책 내에서 꽤 부정적으로 다뤄진다. 로켓랩과는 상당히 대척점에 있는 곳으로 보인다. 아스트라는 2016년에 본격적으로 설립되어 우주 산업에 뛰어든다. CEO인 크리스 켐프는 나사 출신으로 CIO일을 했다. 또한 나사에 있을때 오픈 스택이라는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출범했고, 퇴사 후 이를 이용해 사업화를 시도했다가 잘 안 되어 이를 정리했다. 크리스 켐프가 오픈 스택 다음에 선택한 사업이 아스트라이다.
크리스 켐프는 상당히 자신감을 드러내며, 어떠한 부정적인 사건도 긍정적인 사건으로 바꾸어 버리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저자는 아스트라가 발사한 로켓이 자주 실패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리고 크리스 캠프가 교묘하게 실패가 아니라 발전중이라고 현실을 바꾸어 버리는 걸 비판적으로 그린다.
아스트라는 투자금도 상당히 많이 받았고, 나스닥에 상장도 하지만 로켓 발사 과정에서 번번이 실패한다. 로켓에 무언가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겨서 엔지니어들이 급히 땜빵을 하지만, 다른 문제가 또 튀어 나온다. 엔지니어들은 알래스카에서 100일이 넘게 합숙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첫단추부터 잘못 꿰인 것을 엔지니어들이 수습하려다가 문제를 못 찾아서 임시 해결책으로 땜빵하고, 다시 땜빵하는 느낌이 강했다. 예전에 다닌 몇몇 회사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크리스 켐프는 상당히 연설을 잘하고 달변이고 쇼맨십이 뛰어나다. 그래서인지 로켓은 날지 못하는데 자금은 기가 막히게 끌어왔다. 정말 신기할 정도의 재주였다. 실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도 누가 정말 무언가를 만들지, 누가 승리하는 모습을 그럴듯하게 그려내는지 구분 못하는 걸로 보였다. 특이하게도 다른 회사를 다룰때는 덜한데 아스트라나 크리스 켐프의 경우 저자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 인용을 엄청한다. 저자도 표현의 한계를 느끼고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닌가 싶다. 현재 아스트라는 상장폐지 상태이다. 잔뼈가 굵은 투자자들도 옥석을 가리는 데 실패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다뤄지는 회사는 파이어 플라이 에어로 스페이스이다. 이 회사는 톰 마르쿠식이라는 경험이 빠삭한 엔지니어에 의해 세워졌다. 톰 마르쿠식은 우주 항공 박사이며 나사,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버진 갤럭틱에서 일했다. 우주 관련 회사에서 최고 수준이거나, 최고 유명한 곳에서 전부 일해본 셈이다. 마르쿠식은 회사에서의 경험과 스톡 옵션으로 쌓은 부를 바탕으로 회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3년이 지나지 않아서 자금이 모자라 파산 위험에 처한다. 그때까지 로켓은 발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건 우크라이나 출신 기업가인 맥스 폴랴코프다. 맥스 폴랴코프는 소개팅, 게임, 기업용 소프트웨어로 돈을 번 기업가이다. 폴랴코프의 아버지는 우주 항공 엔지니어였는데 소련 시절에는 1류 엔지니어로 대우 받았으나 소련 붕괴 후에는 급격히 낮은 대우를 받았다. 폴랴코프의 아버지는 절대 우주 산업에 손도 대지 말라고 했는데, 폴랴코프는 어렸을때의 가정 환경, 애국심 등의 이유로 그동안 번 돈을 우주 산업에 투자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때 폴랴코프의 눈에 들어온 게 파이어 플라이 에어 스페이스이다. 폴랴코프는 기업을 인수하고, 파산했던 기업을 정상화한다. 이때가 2018년이다. 폴랴코프와 마르쿠식은 처음에는 원만하게 관계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로켓이 늦게 개발되자 폴랴코프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쓰게 된다. 2020년까지 1억 5천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썼고, 폴랴코프는 이게 다 마르쿠식 때문이라고 믿는다. 로켓 개발이 느려질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된다.
그럼에도 파이어 플라이 에어 스페이스는 로켓 개발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나간다. 2021년이 되자 로켓을 발사대에 놓는데 성공하고 여러 테스트도 성공적으로 진행한다. 그러자 미국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한다. 폴랴코프가 러시아에 로켓 기술을 전수하고, 미국의 주요 기술과 정보를 넘길 수 있다고 했다. 이 혐의는 점점 강화되어서 폴랴코프는 회사의 소유주이지만 회사에 접근하기 점점 어려워졌다. 미국은 파이어 플라이 에어 스페이스의 지분을 팔도록 강요했고 폴랴코프는 결국 2022년 지분을 정리한다. 그 뒤에 파이어 플라이는 첫 로켓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한다.
폴랴코프는 자국의 우주 산업 부활과 미국+우크라이나(구소련 기반 우주기술)의 혼합을 꿈꾸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우주 산업 기술에 대한 미국의 아주 강한 보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들은 미국인, 미국회사에게 로켓 기술을 전수할 수 있지만, 미국인들은 외국인에게 로켓 기술을 전수할 수 없다. 미국은 해외로 이 기술들이 나가는 걸 철저하게 막았고 관리했다. 개방성의 미국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런 점은 신선했고, 나의 잘못된 편견을 깨닫게 해주었다. 어쩌면 미국의 개방성은 특정 분야나 특정 시기에만 한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1990-2010년 세계화 시대의 한정적인 특성일 수도 있다.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신경 미학 관련 책을 읽고 - 책 아름다움과 예술의 뇌과학을 읽고 (0) | 2024.11.19 |
|---|---|
| 책 승리의 기술을 읽으며 (0) | 2024.11.17 |
| 책 내가 앞서가는 이유를 읽고 (0) | 2024.11.07 |
| 마케팅계의 활명수 같은책 - 어떻게 팔지 답답할때 읽는 마케팅 책 (0) | 2019.06.16 |
| 혁신 기업의 딜레마 (0) | 2019.06.16 |